꿀팁 꿀벌 대량폐사 조짐 '조용한 봄'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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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꿀벌응애 방제에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플루발리네이트 약제에 대한 저항성 돌연변이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내성을 가진 돌연변이 응애로 인해 약제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으며 신규 약제가 발굴되지 않는 한 월동 봉군 소멸 피해가 내년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올초 전국 각지에서 보고된 꿀벌 대량 실종 사태는 이상기후, 말벌로 인한 폐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특히 꿀벌응애류에 의한 피해가 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응애는 꿀벌의 유충·번데기·성충 등에 기생하며 꿀벌의 지방체를 흡즙해 체중을 감소시키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꿀벌의 면역과 활력을 떨어뜨리고 바이러스를 매개해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월동 전 응애 방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봉군 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호 경북대학교 곤충생명과학과 교수는 최근 경북 예천군 문화회관에서 열린 ‘양봉산업 발전 전략 심포지엄’에서 농가가 즐겨 쓰는 플루발리네이트 약제 저항성을 가지는 응애의 유전자(DNA)상 돌연변이가 실제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이시혁 교수팀과 경북대의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국 41개 지역의 샘플을 모니터링한 결과 조사한 농가의 83%에서 이미 플루발리네이트 저항성 돌연변이 응애가 발견됐다. 2021년 약 25% 지역에서 존재하던 돌연변이가 급속히 확산한 결과다.
실험용이 아닌 일반 농가 벌통 30개를 조사한 결과에선 응애가 나타난 28개 봉군 가운데 24개가 100% 저항성 돌연변이를 보유했고, 28개 봉군 모두가 저항성 형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봉농가들 사이에서는 플루발리네이트 성분 약제를 수년간 지속 사용해 내성이 생겼고, 방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여겨져왔지만 내성 심화 문제가 과학적으로 제시된 것은 처음이라 이목이 집중됐다.
김 교수는 결국 플루발리네이트의 대체 약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쿠마포스·아미트라즈 유효성분을 주성분으로 한 제품을 발굴해 유통될 수 있도록 하고, 약재 안전성과 적정 농도 관련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른 약제를 사용하더라도 지속적인 DNA검사를 통해 새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은 “이미 전국 각지에서 응애로 인한 극심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는데 방제 약제 선택의 폭이 극히 좁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양봉산업이 또다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성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벌꿀 생산량이 적었던 2020∼2021년 약제 과다 사용이 누적돼 오늘의 결과에 이르렀다고 본다”면서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검역본부에서 친환경 약제를 개발하고 있고, 내성 응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지원 방제 약제를 선정할 때 같은 약제를 2년 연속 사용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가의 철저한 월동 관리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원 예산을 수립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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