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꿀벌의 시간, 사람의 시간 — 2025년 아까시나무 개화 소식에 담긴 의미
페이지 정보

본문
5월이면 들판과 산자락은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어디선가 달큰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을 따라 꿀벌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사람의 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꽃의 시계를 읽는 이들이죠.
그중에서도 아까시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전국의 양봉 농가들에게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습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아까시나무 개화 예측 지도에 따르면, 올해는 5월 3일 대구를 시작으로 여수, 부산, 제주 순으로 꽃이 피어나 5월 중순쯤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올해의 봄은 양봉 농가들에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예년보다 약 1일 늦어진 개화 시기 때문입니다. 지난겨울, 북극의 찬 공기가 여러 차례 남하했고, 때늦은 봄철 폭설까지 더해지면서 꽃이 피는 시계가 살짝 늦춰졌습니다. 1일의 차이, 숫자로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꿀벌을 키우는 이들에게는 수확 계획, 이동 일정, 심지어 수익의 흐름까지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아까시나무는 국내 양봉 산물의 약 70%를 책임지는 주요 밀원수입니다. 그만큼 이 나무의 개화는 곧 양봉 농가의 생계와도 직결됩니다. 꿀벌이 꽃에서 꿀을 모으는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의 반 이상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양봉 농가들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누구보다도 기상 정보에 민감해집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산림 기상자료와 9개 국공립수목원의 생태 정보를 바탕으로 개화 시기를 예측한 이번 지도는, 그런 농가들에게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준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농사는 날씨와 함께하는 예술입니다. 꿀벌을 돌보고, 나무의 시간을 기다리는 양봉인들의 마음에는 늘 변덕스러운 자연과의 대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그 속에서 하루의 차이는 작지만 절실합니다. 그래도 결국 꽃은 핍니다. 조금 늦더라도, 묵묵히 때를 맞춰 다시 피어납니다.
그 꽃이 피면 꿀벌이 날아오르고,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채밀을 시작합니다. 그 모든 흐름은 고요하지만 치열한 생명의 협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