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팁 습도계의 정확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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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이나 악기 그리고 여름을 지내는 인간들에게 현재 (상대)습도는 참 궁금한 값입니다.
그렇지만 정확한 계측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습도란 무엇인가가 사실 제일 앞에 와야 하지만, 그러면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궁금하면 검색해보세요.
목차
1.습도측정의 어려움
2.습도계 정확성의 판단
3.습도계 캘리브레이션(영점조절)
4.결론과 요약
1. 습도측정의 어려움
정확한 습도 측정은 은근히 어려운 일입니다.
첫번째 이유는 습도와 온도 사이의 관계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절대습도가 아닌 상대습도인데, 공기중에 같은 양의 물이 존재하더라도 온도에 따라 상대습도가 변합니다. (고온일수록 상대습도가 낮음) 보통 쇼핑 사이트에서 습도계를 보면 단순 습도계가 아닌 온습도계를 파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이것입니다. 어차피 온도를 재야만 상대습도를 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습도측정 과정에서 센서가 기화된 물 외의 다른 가스와 접촉하기 때문입니다. 공기 내의 습기를 측정해야만 하기 때문에 습도센서는 공기에 노출되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공기중에는 계절, 위치, 상황 등에 따라 수많은 가스 및 먼지가 오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스가 센서에 흡착됨으로 인해서 센서의 습도측정 능력이 저하되는 것입니다.
사족이지만 아날로그 습도계는 디지털에 비해 정확하다 할 수 없습니다.
참고: https://www.tongguitar.co.kr/bbs/board.php?bo_table=tong_column&wr_id=3105
한국 계측기기 연구센터 이태희 부장님과의 인터뷰입니다.
2. 습도계 정확성의 판단
비전문가는 전문가의 말이 올바른지 혹은 그릇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습도계의 습도값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습도계의 습도센서가 고장나있을 확률은 항상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습도계가 정상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단 하나의 습도계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값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2개의 습도계가 존재할 경우, 두 습도계가 일치한다면 습도가 정확하다 믿을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고 서로 다른 값을 가리킨다면 둘 중 무엇이 맞는 값인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3개 이상의 습도계가 존재할 경우, 두 습도계의 값이 일치하는데 다른 하나의 습도계 값만 혼자 다르다면 우리는 어떤 습도계가 잘못된 것인가 알 수 있습니다. 과거 NTP 서버 설정 소개글( https://quasarzone.com/bbs/qb_tip/views/21913 )에서 언급한 Segal's Law가 적용되는 상황입니다.
즉 습도계가 정확한지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 이상의 습도계를 구매하셔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습도계들이 오차범위 내에서 일치한다면, 이들은 전부 스펙상의 오차범위 내에서 정확한 습도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많은 습도계들의 반응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기 때문에 같은 곳에 놓고 나서도 어느 정도 기다려야만 동일한 습도 측정치를 보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10분에서 1일 정도 기다려 봐야 합니다.)
현재 일반적인 소비자용 온습도계 중 2만원 이하의 저가형은 온도 +-1도, 습도 +-5퍼센트 정도의 오차를 보입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오차범위 내에서 일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만약 실제 습도가 60퍼센트이고 오차범위가 +-5퍼센트포인트라면, 습도계에서 표시되는 습도는 55~65퍼센트 사이여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위에서 말한 3개의 습도계들이 오차범위에서 일치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것은 각각의 습도계가 측정한 습도의 평균과 분산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고교과정 수준에서 배우는 평균과 분산, 즉 습도계 a,b,c에 대하여 (a+b+c)/3으로 정의되는 평균과, a~c 측정치 그리고 상기 평균과의 차이를 제곱하여 더한 다음 3으로 나눈 분산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진 3개의 습도계 중 어떤 것은 '잘못된' 측정값을 제시하고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즉 해당 습도계가 '특이치(outlier)'라는 말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특이치가 존재할 경우 일반적으로 계산하는 (샘플)평균과 (샘플)분산은 실제(모집단) 평균과 분산과 구조적으로 다른 값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robust statistics, 즉 강건성을 가진 통계치를 사용해야 합니다.
샘플 수가 극도로 적은 경우의 강건한 평균과 분산 추정에 대해서는 Robust estimation in very small samples (Rousseeuw and Verboven 2002) 논문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논문을 참고해보시면 되겠으나 여기서는 간단한 요약을 하겠습니다. 습도계가 3개이고 그 중에 문제되는 습도계가 존재할 거라 생각되는 경우, 평균은 습도계 측정값들의 중간값을 통해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즉 습도계 a,b,c가 각각 53%, 57%, 60%를 가리키고 있다면, 그 중간값인 57%가 실제 습도라고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습도계 설명서에 오차범위 +-5%라고 써있다면, 이 습도계들은 모두 추정된 실제습도와 오차범위 내에 있으므로 정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오차범위가 설명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이 57% 대비 몇 퍼센트의 차이가 나야 특정 습도계가 잘못되었다고 알 수 있을까요? 습도계 3개의 경우는 사실 통계적으로 일관성 있게 강건성을 가진 추정치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만,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습도계 하나가 실제 측정치와 차이가 큰 값을 가지는 경우이기 때문에 해결방안이 있습니다. 중간값과 측정값의 차이의 절대값들에 대해 이들의 중간값을 구하고 (MAD라고 합니다 - median absolute deviation) 거기에 1.48을 곱해서 표준편차를 구할 수 있는데요. 이 예시의 경우 중간값이 57%이므로 측정치와 중간값의 차이는 각각 4,0,3이고 이들의 중간값은 3입니다. 여기에 1.48을 곱하면 4.44죠. 이제 표준편차와 평균을 구했으므로 나머지는 일반적인 정규분포를 활용한 특이치 검증과 다를게 없습니다. 평균 57 표준편차 4.44이면, 습도계의 측정치는 95% 확률로 57+-1.64*4.44 이내, 즉 약 49.7~64.2% 이내여야만 합니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습도계가 있다면 95%의 일반적인 습도계들과는 다른 것이므로, 잘못된 습도를 제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4개 습도계의 경우 또한 비슷합니다. 평균(실제습도)은 중간값으로, 분산(오차범위)은 MAD로 구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습도계 a~d가 각각 45%, 47%, 51%, 56%를 가리키고 있다고 합시다. 그럼 중간값은 47과 51의 평균인 49입니다. 그리고 MAD는 a~d의 중간값과의 차가 각각 4, 2, 2, 7이므로 여기의 중간값, 즉 두번째 큰 수와 세번째 큰 수의 평균인 3입니다. 그렇다면 이 습도계들은 49+-1.64*1.48*3 = 약 41.7~56.2% 사이의 값을 보여줘야 합니다. 모든 습도계가 정상범위 내에 있지만, 습도계 d는 오차가 꽤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오차 보정작업, 즉 캘리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3. 습도계 캘리브레이션(영점조절)
저가의 습도계는 습도 오차를 조절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는 습도계는 오차 보정값을 입력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습도 센서는 앞서 설명드린 이유들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차가 커집니다. 따라서, 이렇게 오차 보정을 할 수 있는 습도계가 좋은 습도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오차보정을 할 수 없는 습도계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못 쓰게 되니까요.
그러면 오차는 어떻게 보정해야 할까? 사실 바로 직전에 습도 추정방법을 길게 써놓았는데 뭘 더 쓸게 남았냐 할 수 있지만, 2장에서 설명드린 통계적 기법은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전체 갯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습도계가 잘못된 값을 보고하고 있다면, 실제 값을 추출해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강건성 통계의 한계이기도 한데요. 중간값의 경우 잘못 보고하는 습도계의 비중이 전체 갯수 대비 50% 미만이어야만 실제 습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바꿔말하면 3~4개 습도계를 사용하더라도 2개 이상의 습도계에 문제가 있다면 실제 습도를 알아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습도계간 비교를 하고 싶어도 습도계라는 센서가 온도계처럼 바로바로 읽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습도계들이 서로 일치하는지를 보려면 같은 장소에 20분에서 1~2일까지 있어야만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여러 곳에 습도계를 놓고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습도계간 비교라는게 참 귀찮은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실제 습도를 쉽게 알아내는 방법은 없는가?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됩니다. 인위적으로 특정 장소의 습도를 일정 %로 고정하면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특정 장소의 습도를 100%로 고정해버리면, 그 장소에서 정상적인 습도계는 습도를 100%라고 보고할 것이며, 100%가 아닌 습도를 보고하는 습도계는 모두 잘못된 습도계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저가형 습도계는 약 20퍼센트에서 90퍼센트 정도 사이의 습도를 측정 가능합니다. 위에 예시로 든 습도 100%의 환경은 사용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꼭 100%로만 고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집에서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요. 염화나트륨(sodium chloride) 즉 정제소금을 활용하면 특정 공간의 습도를 75%로 고정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커다란 지퍼백, 정제염(염화나트륨 99%), 접시, 물, 그리고 습도계를 준비해주세요. 접시에 정제염을 대략 3~5mm정도 깊이가 되도록 붓고, 이 소금이 촉촉해질 정도로만 물을 넣어줍니다. 그리고 그 접시 위에, 소금에 닿지 않는 곳에 습도계를 놓습니다. 이제 지퍼백으로 습도계와 소금접시를 같이 밀봉합니다. 그러면 약 1시간 이내에 해당 공간의 포화습도는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약 75%로 고정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퍼백 안쪽의 습도가 75%이므로, 습도계 표시 습도값과 75의 차이가 보정해야 할 값이 됩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0~15도에서 RH 76%, 20~40도에서 RH 75%입니다.
참고: https://www.engineeringtoolbox.com/salt-humidity-d_1887.html
이게 귀찮으면, 아마존같은 곳에 보면 습도 보정 키트를 팔고 있으니 해당 키트를 사서 설명서대로 따라하시면 됩니다.
https://www.amazon.com/Boveda-One-Step-Hygrometer-Calibration-Kit/dp/B000A3UBLA?th=1
이 키트의 경우 75% 습도를 기준으로 캘리브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38%를 기준으로 하는 키트도 판매되고 있군요.
이렇게 습도를 고정해서 오차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대체 통계는 왜 써야 하냐? 통계를 쓰면 훨씬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오차 1퍼센트포인트 단위에서 캘리브레이션 된 습도계 3개가 있다면 소수점 아래의 오차로 현재 습도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 가정집에서 소수점 단위까지 쓸 일은 적겠습니다만, 필요하면 이런 방식으로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둬서 나쁠 건 없을 겁니다.
4. 결론과 요약
-전자제품, 악기, 여름철 등 습도를 측정해야 할 상황은 많다
-습도계는 그 원리상 오차가 큰 계측기구에 속한다
-오차 보정을 할 수 없는 습도계는 본질적으로 소모품에 불과하다
-생각 없이 습도계를 1개나 2개만 쓰면 그 습도계가 맞는지 알 수 없다
-3개 이상의 습도계를 사용하면 통계적 방법으로 실제 습도를 도출할 수 있다
-실제 습도 추정치, 그리고 추정치가 갖는 오차를 구하기 위해서는 중간값, 그리고 MAD를 쓰면 간단하게 계산이 가능하며, 컴퓨터의 힘을 빌리면 더 정확한 값을 구할 수 있다
-통게적 방법은 습도계들 중 일부에서만 오류가 발생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습도계가 위치한 공간 내 습도를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습도계의 오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포화소금용액(염화나트륨)을 이용하여 공간 내 습도를 약 75%로 고정시켜서 습도계의 오차를 파악할 수 있으며 집에서는 정제염을 사용하면 된다
-습도 오차 보정 키트가 판매되고 있으니 이것을 사서 써도 된다
-습도 오차 보정을 한 후 통계적 방법을 사용해 더 정밀하게 습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상입니다.